송현동 숲공원화는 절대적 소유권 모델의 유지·재생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송현동은 소유에 대한 권리와 제도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송현동 한진그룹 소유지에 대한 커먼즈화 구상을 소개하는 [솔방울커먼즈 시리즈] 총 4회 중 이번이 두 번째 글이다.
송현동의 숲공원화 논의가 활발하다. 종로구청과 서울시는 현재 한진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송현동을 매입하여 공원화하는 구상을 가지고 여러 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부동산 업계를 제외하고 많은 시민과 학자들이 이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어 송현동의 숲공원화는 재정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무리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공원이 부족한 서울에 공원이 생기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송현동의 시세는 5천억대로 추정되고 있다. 아무리 공원의 공공적 가치를 고려하여 매각·매입 가격을 적정화한다고 해도 수천 억대의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 확실하다.1 여기서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담장에 둘러싸여 누구도 사용하지 못했던 땅이 어떻게 수천 억 원대 매물로 나오게 되었는지 질문해야 한다. 또, 수척 억의 세금을 쏟아 토지를 매입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공공적 가치를 갖는 무엇도 할 수 없게 된 현실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신성불가침 영역’인 절대적 소유권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1. 소유 절대주의 도시에서 공원을 만드는 방법들
재정적 문제가 없다면 현 제도상 공원을 만드는 가장 타당하고 손쉬운 방법은 정부가 토지를 매입하여 공원화하는 것이다. 꼭 매입하지 않더라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특정 부지를 정부가 도시자연공원구역이나 보전녹지로 지정하여 다른 용도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공원은 정부가 토지를 수용(매입)하여 조성한다.
그러나 재정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민관 협력을 통한 공원 조성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민간공원, 민영공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민간공원은 녹지의 30%, 민영공원은 녹지의 40%에 대한 개발권·수익권을 민간 자본이 갖고 나머지 토지를 공원화하는 민관 협약이다. 도로나 철도를 지하화한 후 지상 부지를 공원화하기도 하는데, 이때 터널 착공이나 역세권 개발에 대한 민관 협약으로 그 재원을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 경의선을 지하화하고 지상 부지를 ‘경의선 숲길 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에는 홍대입구역, 공덕역 등 역세권을 개발하는 민관 협약이 포함되어 있었고, 서울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 부지를 공원화하는 계획에도 민자 터널 착공 계획이 포함되었다.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공동체가 토지에 대한 공동체 소유권(community ownership)을 형성함으로써 공원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공동체 자산(community asset)화라 불리는 이 방식은 토지 소유권을 공동체가 가짐으로써 공동체가 원하는 방식으로(예컨대 공원으로) 토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토지협동조합과 같은 형태로 각 개인들이 모여 토지를 공동 소유하고 공원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하고, 공동체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 CLT)을 통해 비영리 조직이 토지를 신탁 받아 소유·관리하는 방식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중요한 것은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실 공동체 자산화는 소유권을 반드시 확보하지 않아도 가능하지만, 현행법·제도상 소유권을 확보할 때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토지를 이용하기 용이하므로 소유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의 공원 확보 방안들이 ‘절대적 소유권’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절대적 소유권은 재화의 소유권자에게 재화에 대한 대부분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상대적 소유권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2 절대적 소유권 하에서 토지 소유권자는 토지를 이용하고 토지에서 수익을 취할 권리(용익권), 토지를 처분할 권리(처분권)를 모두 갖는다. 소유주가 다른 소유주에게 수익을 낼 용도로 토지를 처분하는 경우 토지는 교환가치로서의 자본으로 변형되는데, 바로 이 처분권을 소유권에 포함시킴으로써 절대적 소유권은 토지를 ‘교환가치’를 중심으로 작동시키게 된다. 반면, 상대적 소유권 하에서 소유권은 여타 권리들과 반드시 결합하지 않는다. 토지를 이용하고 수익을 취하고 처분하는 등의 권리들이 소유권에 의해 보증되기 보다는, 소유권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지는 토지가 어떻게 사용되는가 하는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소유 절대주의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즉 토지를 소유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무엇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원을 만드는 것 또한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2. 송현동 숲공원화는 절대적 소유권을 전제해야 하는가?
토지를 교환가치로 바라보는 방식을 견지하면서 공원을 만드는 것은 한편에서 공공적 가치를 추구하고 공공의 부를 창출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토지 자본의 축적 기제에 침묵함으로써 투기적이고 불균등한 도시 발전을 용인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공의 부를 탈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정부나 공동체가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공원을 확보하는 확실한 방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유주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전적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토지의 일부에 대한 개발권을 민간 자본에 내어주고 나머지를 공원화하는 방식 또한 소유주의 절대적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시정부가 주어진 비율만큼의 토지 분할과 처분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방식일 뿐이다. 소유 절대주의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재생산된다.
절대적 소유권에 입각한 공원 조성은 토지가 자본의 증식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부추기기 때문에 공공적 목적을 가지고 특정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더라도 그 밖의 부지에서 일어나는 토지를 통한 자본 축적, 투기로 인한 지가 상승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이 같은 기제가 유지·재생산될 경우 새로운 공원 조성은 점차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송현동을 공원화하기 위해 수천 억대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고, 나아가 공원 ‘일몰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들이 지방예산 및 지방채 총 7.3조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현실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민관 협약을 통한 공원화 방안은 토지를 매입할 때 직면하는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공원을 만들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공원화 비용이 손쉽게 마련되는 대신 절대적 소유권이 새롭게 창출되고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하 도로·철도를 개발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거대 자본에 귀속되면서 절대적 소유권은 새로운 영역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절대적 소유권의 실천 영역이 수직적으로 확장됨으로써 도시는 소유 절대주의 속에 단단하게 고정된다.
그동안 우리가 절대적 소유권 제도를 유지해 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와 제도는 사회 전체의 필요에 따라 변경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소유권 또한 소유권자에게 대부분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 대신 사회적 필요에 따라 소유권이 유연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소유자 외에도 공공이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재구성해 볼 수 있다.
마조리 캘리(Marjorie Kelly)는 우리가 그간 유지해 온 소유권 모델이 금융 착취를 최대화한다는 의미에서 ‘착취적 소유권(extractive ownership)’이라고 명명했다.3 그래서 그녀는 금융의 부가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부를 위하여 소유권을 생성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와 우고 마테이(Ugo Mattei)는 소유권이 착취적일 경우 공동체의 사회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그 권리 인정을 철회할 권리를 공동체가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4
송현동의 숲공원화에 많은 이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제 공원 조성 여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공원이 조성되는가에 주목해 보자. 송현동은 절대적 소유권을 유지·강화시키는 공원이 될 것인가, 혹은 소유 체계의 변동을 선언하는 공원이 될 것인가?
윤여일, 2018, 축소형 사회의 도래와 현대총유론. 환경사회학연구 ECO, 22(1), 103-136. ↩
Kelly, M., 2012, Owning Our Future: The Emerging Ownership Revolution. [제현주 역, 2013,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 세계 10억 인구의 삶을 바꾼 공생의 대안경제 시스템. 북돋움]. ↩
Capra, F. & Mattei, U., 2015, The Ecology of Law. [박태현·김영준 역, 2019, 최후의 전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커먼즈와 생태법.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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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커먼즈-안새롬
솔방울커먼즈에서 활동하고 있다. 환경교육학, 환경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사회생태적 배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이론과 실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커먼즈 이론과 실천을 연구하고 있다.
기사 링크-
출처-2020 생태적지혜 미디어